전자파(電磁波)의 공포
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박사과정에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사견에 불과하며, 전세계적으로 훌륭한 연구업적을 남기신 많은 분들의 연구결과를 부정하거나 왜곡할 생각은 없으며, 일반 사람들이 전자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에 조금이나마 기본지식을 제공하고 조잡한 광고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일조하기 위함입니다. 절대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 영향을 미칠만한 판단자료가 될 수 없으며,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거나 실험결과를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며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에 실린 많은 기사들을 조금은 관련 있다는 분야에 머물러 있으면서 얻었던 나름의 지식으로 분석함으로서 느낄 수 있었던 결론을 자연스럽게 나열해나간 조금 무거운 주제의 수필임을 밝힙니다.
난 사실 전자파가 유해한지 않은지에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나를 처음 대하거나 내가 대학원에서 어떤 전공에 있는지 처음 알게된 사람들은 어김없이 전자파가 해로우냐고 물어본다. 관련분야에 있다고는 하지만 전자파란 분야는 매우 광범위해서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를 특별히 수행하지 않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연구결과를 지켜본 사람이 아니면 전자파가 어떤 영향으로 인체에 작용하는 지 잘 알지 못한다. 나 자신 또한 하루 10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생활하는 날이 많고 하루 평균 세 통의 휴대전화를 받고 - 걸지는 않는다. 연구실 전화기 쓰지...^^ - 기숙사에서 세탁기로 빨래도 하고 나른한 날에는 TV 앞에 몇 시간이고 앉아 있다. 그런데도 별로 유해한 지 않은지 관심이 없다. 사실 몸에 해로워도 딱히 피할 방법이 없다.
얼마 전에 어떤 넘이랑 얘기하다가 10원짜리 동전이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 집에 가면 동전을 일렬로 묶어서 TV 위에 올려놨단다. 아시다시피 동전은 금속이다. 금속은 전자파를 전부 반사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반사된 전자파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다시 TV속으로 들어갈까? 게다가 TV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60Hz 안팎으로, 300Hz 이하의 주파수를 통칭하는 극저주파(ELF)의 일부와 수십 kHz대의 저주파 (VLF) 대역이다. - 주파수의 범위를 대역이라 한다. 이러한 낮은 대역의 주파수들는 파장이 매우 길어서 10원짜리 동전정도의 아주 작은 장애물은 사뿐히 그리고 아주 처절하게 무시하면서 통과해버린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이러한 저주파들이 10원짜리 동전을 왕따 시킨다는 얘기도 있다(^^ 믿을라). 금속 물질은 대략 금속의 크기에 해당하는 파장을 갖는 주파수부터 전반사가 유효하게 작용한다.
Hz (헤르츠)라는 것은 전자파가 1초동안 몇번 진동하는가를 표시하는 단위이다. 1kHz (킬로헤르츠)는 1초에 1000번 진동한다는 뜻이며, 1MHz (메가헤르츠)는 1초에 백만 (10의 6승)번, 1GHz는 1초에 10억 (10의 9승)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파장은 진동의 최대점과 다음 최대점 사이의 거리로서 빛의 속도 (30만km/s)÷주파수로 구할 수 있다. 60Hz 주파수의 파장은 5000Km.
내가 좀 지쳐있던 어느 날 소개팅에 나간 적이 있었다. 서로 좋은 얘기 많이 나눴지만... 이건 조금 개인적인 얘기군. 커피 한잔 마시고 난 뒤 그녀는 누군가에게 줄 휴대폰 줄을 하나 사야 된다며 펜시점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녀가 휴대폰 고리를 고르고 있을 때 난 몇가지 흥미 있는 상품들을 발견했다. 짧은 휴대폰 줄에 앙증맞게 걸려있는 작은 인형에 써있는 '전자파 100% 차단 휴대폰 액세서리'! 놀라운 일이다. 통신은 변조 (modulation)된 음성신호가 전자파에 실려서 공중으로 날아가기에 가능한데 그걸 100% 차단해버리면 휴대폰은 어찌 쓴단 말인가. 그게 한 2년전쯤 일이니 요즘도 그런게 있나 모르겠다. 뭐 펜시점에 가볼 일이 있어야지. 난 솔직히 그녀가 나에게도 하나 사줄 줄 알았는데, 전자파보다 더 슬펐다.
관련기사가 홍콩에서 흘러나왔다. 지난 2000년 7월 홍콩의 영자지 선데이 모닝 포스트는 홍콩 과학자들이 「전자파 99% 차단」이라는 광고와 함께 128홍콩달러(한화 약 1만9000원)에 출시된 지 1주일만에 약 8000개가 판매된 「전자파 방패」라는 이름의 상품이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대폰 전자파를 막아준다고 선전해 온 차단장치들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전자파 방패」라는 상품이 어떠한 형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상품 외부에 특수물질을 코팅함으로써 전자파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으로 생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품들은 그 생산자들이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본인의 판단으론 실제 통신에 사용하고 있는 800MHz 대역 (SK,신세기)과 1800MHz 대역 (PCS 3사)의 주파수를 차단할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휴대폰 내부에서는 많은 주파수 성분의 전자파가 발생하고 있다. 정말로 인체에 유해한 주파수 성분이 나오고 있는지 모르지만 위와 같은 통신 주파수가 뇌종양의 발병 가능성을 비롯한 인체에 유해하다는 명확한 실험 결과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또한 과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물론 전자파 차단 제품의 무용성은 국내 전자파 관련 학회에서도 학회지나 학술대회 논문에 실험결과를 인용함으로써 증명한 바 있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나라 전 휴대폰 사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CDMA 시스템은 그 특성상 통화품질이 낮아지면 출력 전력(power)을 높인다. 높아진 출력은 많은 양의 배터리 소모로 이어진다. 물론 최대 출력치가 있지만 위와 같은 상품을 안테나에 부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전자파 차단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안테나로부터의 출력이 지장을 받게되고 통화품질은 낮아진다. 낮아진 통화품질을 만회하기 위해 휴대폰은 출력을 높여서 신호를 쏘게 되고 이는 더 많은 전자파 발생을 의미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금속이 포함된 액세서리를 휴대폰 안테나 주위에 다는 것을 피할 것과 전파가 약해 통화음질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통화를 짧게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요즘엔 제2의 경제위기나 뭐다 해서 말들이 많다. 사실 난 이 말이 별로 맘에 안 든다. IMF는 외환위기였다. 이런 얘긴 담에 하자. 근데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에는 불황타계를 위한 아이디어 상품이 몇 개 등장했다. 그 중 내 눈에 띄었던 하나가 '전자파 차단 구두'. 어떤 메커니즘으로 전자파를 차단할 수 있는지 관계자에게 설명을 좀 들었으면 했는데, 인터뷰한 점원이 알 리가 없지. 아주 촘촘한 금속 그물로 구두를 감싼다면 발에 들어가는 전자파는 상당량 차단 될 가능성이 있다. 나중에 그 구두 하나 사면 휴대폰을 집어넣어서 전화 터지나 안 터지나 실험 한번 해봐야겠다. 그래서 신문을 뒤졌다. 그랬더니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띄었다. 모 재벌 섬유 회사와 관련해 나온 `전자파 차단 섬유 개발'. 모 제화회사서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전자파 차폐제로 사용한 전자파 차단 구두 개발. 그리고, 어느 벤처기업에서 위의 섬유를 옷의 안감부분에 부착해 앞치마를 비롯한 임부복을 만들어 내놓았다.
임부복을 만들었다는 벤처기업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물론 제품의 성능에 관해서 보고 싶었던 실험결과는 볼 수 없었다. 다만 눈에 띄었던 한가지는 '전자파 차단율 99.9%'. 차단율 99.9%의 의미는 뭘까? 100중에 99.9를 차단했으니 0.1만 허용한다는 뜻이다. 즉, 1000분의 1로 줄였다는 의미이다. 1000분의 1은 전력(Power)의 단위로 표시하자면 -30dB(=10log10 0.001). 무선분야에서 실험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페라이트 (Ferrite)라는 재질의 전파 흡수체가 가지는 흡수율이 약 -30dB임으로 언뜻 현실적인 데이터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노출의 가능성이 있는 주파수 대역, 즉, 극저주파(ELF)에서 수 GHz(예로 0 ∼ 3GHz)까지의 모든 주파수 대역에서 -30dB라는 고른 차단율을 보일까? 개인적으론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모든 영역의 전자파를 균일하게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아직은 상당히 고가일 수밖에 없어서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 무거워서 입고 다니지도 못할 것 같다. 전자파 차단 제품을 대할 때는, 그 제품이 차단한다는 전자파가 어느 대역에서 어느 정도 차단한다는 것인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홈페이지나 광고를 통해서 이러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애석하게도 그런 정보를 표시하는 제품은 아직 보지 못했다.
전자파란 전기장과 자기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신호로 서로를 만들면서 진동하고 공간을 진행한다. 주파수에 따라 극저주파, 저주파, 고주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의 비전리 전자파와 엑스선, 감마선 등의 아주 큰 에너지를 가지는 전리 전자파로 구분된다. 엑스선 및 감마선은 '이온화 방사선'이라 불리며, 세포를 암화시킬 정도의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자외선에는 이온화 방사선 정도의 에너지는 없지만, 피부암이나 백내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전자파는 그 존재가 맥스웰에 의해 처음 예언되고, 헤르츠의 존재증명을 거쳐 예언 후 약 30년 뒤 마르코니가 무선 전신으로 통신을 실현함으로서 인간에게 가공할 통신의 힘과 정보화 세계를 맛보게 했다.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최초의 연구 결과는 1970년대 후반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역학자(疫學者) Wertheimer와 Leeper가 발표한 '백혈병 등의 소아암에 의해 사망한 어린이들의 수를 조사하였더니, 전력 배전선 부근에 사는 어린이들의 소아암 사망률이 다른 어린이들의 2∼3배였다.'라는 결론의 역학 연구의 보고서였다. 그 후 고압 송전선 부근에 대해서도 같은 역학 조사가 실시되어, 소아암과의 연관성이 힘을 얻었으며, 전자파와 암 발병률과의 관련 가능성을 시사하는 최초의 유력한 역학 조사가 되었다. 전자파에 의한 백혈병 등의 암 발생 요인과 메카니즘 등의 실험실 연구가 아직 불명확한 단계이지만 대체적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50∼60헤르츠(Hz)의 극저주파를 사용하는 고압 송전선과 그 부근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의하여 뇌종양이나 백혈병 등의 발병률이 증가함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발병률이 증가된 암의 종류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하지 않고 있는 데다 '고압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의해 발암을 포함한 건강에 우려할 만한 영향은 나타나지 않는다 (1999년, 일본).', '극저주파를 쐬는 것 (노출)이 건강을 해칠 위험성을 높인다고 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미약하다 (1999년 미국).'는 등의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발암성을 주장하는 연구자와 부정하는 연구자 사이의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 되고 있지만, 일반 전기선을 통해 가정으로도 들어오는 이러한 50∼60Hz의 전력 신호들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최근 유해론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모든 가전제품들에서 50∼60Hz의 전자파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임부복 등으로 전자파를 차단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주파수 성분의 전자파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 전화의 전자파는 위에서 설명한 마이크로파 대역 (300MHz∼300GHz)의 주파수 범위에 속한다. 마이크로파 대역의 주파수는 파장이 짧아 진행거리에 따른 감쇄가 심하고 에너지가 낮아 전자파 발생원으로부터 조금만 떨어져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휴대폰의 특성상 민감한 머리 부분에 밀착해서 장시간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휴대폰의 전자파 노출이 인체에 위협을 가한다는 신뢰성 있는 증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규명하고자 최근 조사에 착수하여 3년 내지 5년 뒤의 연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는 면역체계가 약한 18세 이하 청소년들이 뇌파에 대한 전자파의 영향으로 기억력 손상, 수면장애, 두통 등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해하다, 하지 않다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직은 없다. 우리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전자 제품 및 통신 기기 들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해서 거기에 뛰어들어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어느 주파수 대역의 성분이 얼마만큼 나오고 있는지 모른다. 예측도 힘들고 측정도 힘들다. 똑같은 실험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과학적 증명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재현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적 생각으론 아직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무선 통신 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 탓에 통신 사업자들이나 공학자들이 공학적 이론이나 실험 데이터가 없다고 하여 약간은 부인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유해성에 관한 실험결과는 의학계에서 행하는 동물실험을 통해서 많이 나오고 있다. 전자파가 알려지지 않은 어떠한 이유로 인체의 세포활동을 교란시키고 혈구 세포를 파괴한다던가, 암세포를 유발시킨다던가,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던가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임상적 결과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지고 내용도 다소 어려워졌지만 얘기하고 싶은 바는 전자파는 창칼을 막아내는 방패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일단 발생한 전자파는 모든 방향으로 전진하며 장애물은 만나면 산란되어 다시 모든 방향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휴대폰 전자파야 몸에서 멀리하면 되지만 일반 전력선(가정의 전기선)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생하는 50∼60Hz의 극저주파(ELF)와 현재 논란의 대상에서 주목받고 있진 않지만 일반 가전 제품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수십∼수백 kHz 대의 주파수들은 파장이 길어 전기시설이나 전자제품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존재한다. 또한 사람의 신장(키)과 공진(共振)을 일으킬 수 있는 60∼100MHz대역의 주파수들이 TV와 FM라디오에 사용되면서 우리 생활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제품의 생산자들이 2000년 말 정부가 확정한 표준을 충실히 지키나가며, 자율적인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안전성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대규모의 유해성 입증 프로젝트들이 시작됐으니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막연한 공포심보다는 "어떤 전자파를 어느 정도 차단한다는 얘긴가요?"하면서 한번 물어보는 적극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전자제품을 피해서 송전탑이 없는 깊은 산 속에서 몇 달 사는 것도 괜찮다(^^ 그럴라).
2001년도에 역시 미동회지에 실었던 수필, 읽다보니 지금 시각에선 잘 안맞는 것도 있는 것 같네요. 너무 어렵게 쓴 것 같기도 하구요. 이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덕분에 공부 많이 했던것 같고, 지금도 이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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